영화 귀향은?
영화 귀향은 단순한 역사 고발 영화가 아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비극을 바탕으로 제작된 예술적, 교육적, 그리고 사회적 선언이며, 잊힌 역사를 대중과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깊은 목적을 품고 있다. 2016년 개봉 당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눈물과 충격을 안겨준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데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본 글에서는 영화 귀향의 시대적 배경, 이야기 구조, 그리고 사회적 영향력까지 포괄적으로 다뤄보며 그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한다.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와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실체
영화 귀향은 일제강점기의 말기인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 위치한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 일본은 아시아 전역에서 침략 전쟁을 벌이고 있었으며, 전쟁 수행을 위한 물자뿐 아니라 '인간 자원'까지 식민지에서 수탈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비인도적인 수탈은 바로 ‘위안부’ 제도였다.
‘위안부’는 군 위안소에 배치되어 일본군의 성적 욕구 해소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초중반의 어린 소녀들이었으며, 허위 취업이나 교육의 기회를 미끼로 속이거나, 직접적인 납치 및 강제연행을 통해 일본군에 의해 끌려갔다. 조선은 물론, 중국,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수많은 여성이 희생되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총 피해 여성의 수는 약 20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당시 조선 사회는 봉건적 가부장제와 식민통치의 이중 억압 속에 있었기에, 이러한 성폭력이 발생해도 피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영화는 이러한 배경을 충실히 반영하며, 주인공 정민이 시골 마을에서 끌려가는 장면을 통해 단지 ‘일본군’만이 아닌 ‘당시 사회 전체의 침묵’과 ‘가부장적 구조’까지 고발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 후반부에는 위안소 내부의 구조, 병사들의 잔혹함, 여성들 간의 연대와 생존 본능 등 생생한 묘사를 통해 단순한 피해자-가해자의 이분법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책임까지 폭넓게 질문한다. 귀향은 그 어떤 교과서보다 생생하게 1940년대의 어두운 현실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진혼의 여정
귀향은 피해자 정민의 시선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지만, 단지 그녀 개인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정민은 영화의 서사 초반, 친구 연화와 함께 일본군에게 끌려가 위안소에 감금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 성적 학대, 굶주림, 모욕, 그리고 인간 이하의 처우를 견뎌낸다. 그녀와 함께 생활하던 소녀들은 하나둘씩 병들고 죽어나가고, 정민 역시 결국 위안소의 한켠에 버려진 채 삶을 마감한다.
그러나 영화는 죽음 이후에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정민은 ‘영혼’의 상태로 다시 등장하며, 다른 소녀들의 넋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진혼’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 장면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기록과 피해자 증언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선 깊은 상징성을 지닌다.
이러한 구조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와는 다르다. 영화는 현실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면서도, 영적인 귀환을 통해 관객에게 치유와 기억의 의미를 전달한다. 이처럼 감독 조정래는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상징적 스토리와 시적 장면 연출을 통해 피해자의 ‘존엄 회복’이라는 궁극적 메시지를 완성한다.
또한 이 영화의 제작은 단순한 상업 프로젝트가 아닌,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에서 출발하여 14년간의 준비 끝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진다. 감독은 전국을 돌며 기부금을 모아 제작비를 마련했고,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상영회를 열며 이 영화를 지지했다.
사회적 파장과 교육적 가치 - 잊지 않기 위한 영화적 기록
귀향은 개봉 후 359만 명이라는 놀라운 관객 수를 기록했으며, 이는 역사 다큐 성격의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그뿐만 아니라, 개봉 전후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했고,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의 반응이 뜨거웠다. 많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이 영화를 단체 관람했고, 일부 교육청에서는 정식 교육자료로 채택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입을 모아, “교과서로는 절대 전달할 수 없는 감정과 진실을 영화가 대신 해주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영화 관람 후 학생들의 토론 수업에서는 단순한 감상평을 넘어서 성찰과 분노, 그리고 위로와 다짐이 함께 묻어나왔다.
또한 해외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만큼, 이 영화는 매우 중요한 국제적 자료로 활용됐다.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며, 다수의 외신이 이를 보도하면서 ‘위안부’ 문제가 국제사회에 보다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단지 ‘과거의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과거를 기억하고 그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이나 부정 발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오늘날, 영화 귀향은 단지 감상용 콘텐츠가 아닌, ‘사회적 증언’으로서 존재한다.
요약 및 Call to Action
귀향은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닌, 고통받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진실을 후세에 남기기 위한 ‘진혼’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그들을 기억할 것인가?”, “우리는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할 것인가?” 역사적 진실은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 귀향은 그 기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존재하며, 앞으로도 교육, 예술, 사회 모두에서 계속 이야기되어야 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