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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라 영화 안나

by 데코이닷 202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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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나>포스터

영화 안나는?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안나(Anna, 2019)』**는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주목받았지만, 동시에 평단과 관객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았습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 ‘안나’의 시대적 배경, 서사 구조 및 전개, 전반적인 영화 평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깊이 있게 재조명해보겠습니다.


1980~1990년대 냉전의 긴장감

뤽 베송 감독은 영화 ‘안나’의 시대적 배경을 1980~1990년대 냉전 말기 소련과 미국의 첩보전 중심으로 설정했습니다. 이 시기는 서방과 동방의 이념 갈등이 첨예했던 시대로, 영화 속 첩보 세계의 극적인 긴장감과 복잡한 정치 구도를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주인공 안나는 러시아에서 가난과 폭력을 견디며 살아가다 KGB에 스카우트됩니다. 당시 소련 내부의 경제난과 사회 혼란은 안나의 절망적인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합니다. 동시에 KGB와 CIA라는 실제 정보기관을 바탕으로 구성된 영화의 배경은, 단순히 허구적 이야기를 넘어서 현실감을 더합니다.

냉전 시대의 첩보전은 실제로 매우 잔혹하고 복잡했으며, 정보는 곧 무기였습니다. 영화는 이를 반영해 안나가 여러 정체성을 오가며 생존하는 모습을 통해 당시 시대의 이중성과 불신을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또한 영화의 주요 배경인 모스크바, 파리, 하와이 등은 냉전 당시의 국제적 긴장감과 첩보전의 범위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이러한 시대 설정은 안나라는 캐릭터의 운명을 더욱 비극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구성하게 합니다. 그녀는 자유를 얻기 위해 싸우지만, 결국 냉전 체제와 권력 구조의 희생양으로 전락합니다. 이는 냉전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개인의 삶을 대변하는 상징적 메시지로도 해석됩니다.


시간 왜곡과 트릭 서사의 미학

‘안나’의 가장 큰 서사적 특징은 비선형적 전개 구조와 반복되는 시간 점프입니다. 뤽 베송 감독은 이야기를 선형적으로 풀지 않고, 중요한 사건을 반복적으로 되돌려 보여주며 서스펜스와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이 구조는 ‘루시’나 ‘니키타’ 등 그의 이전 영화들과는 또 다른 방식의 내러티브 실험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안나가 모델로 발탁되어 파리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설정이 단순한 전개가 아님을 감독은 곧바로 보여줍니다. 시간 점프를 통해 안나의 과거—가정폭력, 러시아 마피아, KGB 훈련소 등을 차례로 풀어내며 관객은 마치 퍼즐을 맞추듯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이러한 시간 왜곡은 단순한 플롯 장치가 아니라, 안나라는 인물의 내면 심리를 구조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작용합니다. 그녀의 삶은 단순히 선형적인 ‘성장’이 아닌, 반복되는 탈출과 배신, 새로운 정체성의 창조입니다. 그리고 각 시간 점프의 말미에는 항상 ‘선택’이 기다립니다. 안나는 그 선택을 통해 점점 더 깊은 함정에 빠지면서도,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합니다.

또한 영화의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CIA 요원 ‘알렉스’와의 관계는 플롯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KGB와 CIA 사이에 끼인 안나는 철저히 이용당하면서도 끝내 둘 모두를 역이용해 자율성을 쟁취합니다. 이 부분에서 보여지는 트릭 서사와 클라이맥스 전개는, 뤽 베송 특유의 예상 밖 전개여성 캐릭터의 주체성 강화라는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스타일과 한계가 공존하는 작품

‘안나’는 분명 뤽 베송 특유의 스타일과 서사를 담은 수작입니다. 고전 스파이 영화와 현대적 여성 액션 서사의 절묘한 조합이라는 점에서, 이전작 ‘니키타’, ‘루시’와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안나 역을 맡은 사샤 루스의 연기는 신선함을 더하며, 액션과 감정 연기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시각적 측면에서도 영화는 매우 세련된 톤을 유지합니다. 파리의 럭셔리한 패션쇼 장면과 모스크바의 음침한 회색톤은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며, 안나의 이중적인 삶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액션 시퀀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폭발 위주가 아닌, 정밀하고 계산된 격투와 암살씬 중심으로 구성되어 현실성을 더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받은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일부 평론가는 뤽 베송이 여성 캐릭터를 도구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플롯의 복잡성에 비해 메시지가 약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미투 논란 이후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영화 세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여전히 뤽 베송 영화의 전형적 특징을 집대성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화 팬이라면 한 번쯤 되돌아볼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서사, 시각, 캐릭터, 그리고 복잡한 시대 배경까지 다양한 요소를 결합한 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감정적 밀도와 메시지를 가진 영화입니다.


안나를 통해 보는 여성 캐릭터와 시대적 의미

뤽 베송의 ‘안나’는 단순한 첩보 액션 영화가 아닌, 냉전이라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이용당하고 탈출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은유적 작품입니다. 스타일과 서사 면에서 완성도는 높지만, 메시지의 전달력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여성 중심 캐릭터가 이끄는 액션 장르의 새로운 흐름을 경험하고 싶다면, ‘안나’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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