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모로우 랜드는?
2015년 디즈니에서 제작한 영화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는 개봉 당시 큰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지금 이 시점, 즉 환경 파괴와 기술 진보가 동시에 가속화되는 2024년의 관점에서 보면 놀라울 만큼 통찰력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브래드 버드 감독이 연출하고,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이 작품은 "미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오늘날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하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본 글에서는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철학, 스토리 전개, 그리고 지금 다시 봐야 할 이유를 분석해본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 시대적 배경으로 본 투모로우랜드
투모로우랜드의 세계관은 1960년대 세계 박람회와 월트 디즈니가 꿈꿨던 ‘기술로 발전하는 이상적 미래 도시’에서 영감을 받았다. 영화 속 투모로우랜드는 과학자, 예술가, 발명가 등 인류의 ‘창조적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만든 또 하나의 차원이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것은, 이 유토피아조차도 결국 디스토피아로 향해가고 있다는 아이러니다.
이 영화가 설정한 시대적 배경은 현재와 가깝다. 지구는 기후 변화, 환경 파괴, 정치적 무기력, 사회적 분열로 인해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학교에서는 “지구는 멸망할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식의 절망만을 가르치고, 미디어는 종말론적 메시지로 가득하다. 이 설정은 실제 우리 현실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2024년을 사는 우리는 온난화, 에너지 위기, AI 오남용, 분열된 정치 시스템 등으로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아이들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투모로우랜드는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분명한 경고를 던진다. 영화 속 "미래를 보는 장치"는 인류가 파괴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예언을 보여주지만, 그 경로는 불변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상상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제시한다. 즉,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단순한 상상이 아닌, 오늘날 현실을 직시한 메타포적 구조인 것이다.
감상자 중심의 스토리 구조: 탐험, 각성, 선택
영화의 중심 줄거리는 소녀 케이시 뉴턴(브릿 로버트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긍정적 사고를 지닌 10대 소녀로,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자 하는 인물이다. 우연히 투모로우랜드의 마크가 새겨진 배지를 손에 넣게 되고, 그 배지를 통해 보이는 미래 도시의 환상에 매료된다. 그리고 그 배지를 만든 인공지능 소녀 아테나, 그리고 투모로우랜드에서 추방당한 전 과학자 프랭크 워커(조지 클루니)를 만나며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이 스토리는 고전적인 ‘히어로 여정’의 구조를 따른다. 일상에서 출발 → 사건의 부름 → 멘토의 등장 → 도전과 각성 → 선택과 결단 → 세계의 변화라는 일련의 서사가 모두 녹아 있다. 하지만 투모로우랜드는 단순히 영웅이 세상을 구하는 액션물이 아니라, ‘희망을 잃은 어른 세대와 꿈을 가진 청소년 세대’의 연결을 보여주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의 핵심 전개는 결국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라는 주제로 수렴된다. 프랭크 워커는 과거의 상처와 실패로 인해 냉소적이고 체념한 인물로 등장하지만, 케이시의 순수한 열정과 아테나의 희생을 통해 다시금 ‘창조의 가능성’을 믿게 된다. 즉,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히 배지 하나를 통해 떠나는 모험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희망 회복과 상상력의 부활이라는 상징적 서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래를 멸망시키는 것이 외계인도, 괴물도 아닌, 인간 스스로의 냉소와 방관이라는 점이다. 영화 속 '거버너'는 인류에게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종말을 피하지 않고 그 방향으로 달려갔다. 이는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지금, 왜 다시 투모로우랜드인가?
투모로우랜드는 개봉 당시에는 “스토리가 너무 복잡하다”, “흥미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보면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더욱 명확하고 강력하다. 특히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시 봐야 할 가치가 있다.
첫째, 기술과 환경의 이중 위기를 통찰한다. 영화는 낙관적인 기술 발전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잘못 사용되거나 통제되지 않을 경우 미래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 이는 오늘날 AI, 로봇, 기후 기술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둘째, 희망과 상상력의 힘을 강조한다. “희망은 감정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말처럼, 이 영화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일지라도 인간이 상상하고 행동하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청소년, 교육자, 창의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이 메시지는 매우 중요하다.
셋째, 냉소주의에 대한 비판이 핵심에 있다. 현재 사회는 각종 위기를 다루며 ‘이제 늦었다’, ‘방법이 없다’는 체념적 태도가 만연해 있다. 투모로우랜드는 바로 이 냉소가 미래를 파괴하는 가장 큰 적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인간 내면의 열정과 상상력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디즈니가 단순히 가족용 콘텐츠 제작사를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작이기도 하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에서도 그랬듯,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에 어른들을 위한 질문'을 함께 담아냈다.
내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투모로우랜드는 거대한 상징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프랭크와 케이시는 새로운 배지를 만든다. 그리고 그 배지를 미래를 믿고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기 시작한다. 농부, 예술가, 과학자, 기술자, 아이들… 이들은 단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이 아니다. 실제로 '바꾸는 자들'이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가?”
“미래를 두려워할 것인가, 설계할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냉소가 아니라 희망으로 답해야 한다.
투모로우랜드는 바로 그 믿음을 향한 강한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