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18세기 프랑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영화 향수

by 데코이닷 2025. 4. 25.
반응형

영화 <향수>포스터

영화 향수는?


2006년 개봉한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는 패트릭 쥐스킨트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각인 '후각'을 중심에 둔 이 영화는, 단순한 살인 스릴러를 넘어 18세기 프랑스 사회, 냄새와 본능, 존재의 의미라는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은 『향수』를 다시 보며, 그 시대적 배경과 작품의 내러티브, 그리고 우리가 이 영화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천천히 되짚어 보겠습니다.


냄새로 설명되는 사회

영화 『향수』의 무대는 18세기 프랑스, 특히 악취로 가득 찬 파리의 빈민가입니다.
이 시대는 산업화 이전의 유럽, 즉 공공위생 개념조차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시대였습니다.
파리는 쓰레기, 동물의 사체, 인간의 배설물, 썩은 음식 등이 섞인 강렬한 악취가 뒤엉킨 공간이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은 이 시대의 환경을 매우 노골적으로 묘사합니다.
“18세기 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악취가 나는 도시였다.”
이 한 줄로, 우리는 이 영화의 핵심 분위기와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계급 구조와 위생의 격차가 있습니다. 귀족들은 향수로 자신의 악취를 가리며, 하층민은 악취 속에서 그대로 살아갑니다. 영화는 이 냄새의 위계 속에서 ‘존재의 부재’로 태어난 **그루누이(Grenouille)**라는 인물을 내세웁니다.

그루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냄새가 없었습니다. 이는 은유적으로 "사회적 정체성의 부재", "존재의 무형성"을 상징합니다. 그는 타인의 냄새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초감각적 후각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세상에 ‘냄새조차 없는 존재’로 살아가게 되죠.

이 시기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 전야, 루이 15~16세 시대, 봉건적 왕정과 귀족 문화가 말기적 향락을 누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향락은 곧 사치스러움과 퇴폐로 이어졌고, 영화에서 묘사되는 향수 제작 기술과 미적 집착은 그 사회적 병리현상을 드러내는 메타포로 기능합니다.


스토리, 후각을 통한 존재 탐색과 파괴

그루누이는 고아로 자라나 노동자로 취급받으며 향기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는 가장 순수한 향기, 즉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체취를 향수로 재현하고자 합니다.
이 목표를 위해 그는 연쇄 살인을 저지르며 여인의 살갗에서 향을 추출하는 ‘냉침법’을 익히죠.

그루누이의 행동은 단순한 살인이 아닙니다.
그는 살인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한 향수’를 창조하려는 예술가이자, 세상과 자신 사이의 단절을 향기를 통해 메우려는 존재 탐구자입니다.

하지만 그 향기가 완성되었을 때, 세상은 역설적으로 그루누이를 ‘신격화’합니다.
그루누이가 만든 향수를 맡은 사람들은 그에게 무릎 꿇고, 사랑을 고백하며, 심지어 집단적인 광기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이 감각과 향기에 얼마나 쉽게 지배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며,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입니다.

이후 그루누이는 자신이 만든 ‘신의 향수’를 자신에게 뿌리고, 거리의 거지들에게 먹히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그루누이는 향기를 통해 신이 되었지만, 존재의 공허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 소멸을 선택합니다.
그 장면은 감각적 절대치가 인간을 구원하지 못한다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클라이맥스입니다.


향수는 후각의 영화이자 철학적 은유

『향수』는 매우 이례적인 영화입니다.
영화는 보여주지 않고, 냄새를 말합니다. 시청각 매체인 영화에서 냄새를 상상하게 만든다는 것은,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인 시도입니다.

영화는 ‘냄새’라는 보이지 않는 감각을 통해 존재, 권력, 욕망, 사회구조를 풀어냅니다.
그루누이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타자이며, 감각이 극대화된 존재지만 동시에 감정이 결여된 괴물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철학자들이 이 작품을 인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 니체적 초인: 기존의 도덕과 질서를 넘어 자기 방식으로 ‘절대’를 창조하는 인물
  • 후코적 권력: 감각과 지식을 통한 통제와 사회의 군중심리
  • 사르트르적 실존: 존재의 본질은 향이 아니라 ‘선택’에 있다는 철학적 주제

『향수』는 그루누이라는 괴물의 일대기를 통해 인간 본성이 얼마나 취약하고 본능적이며, 사회가 얼마나 향기라는 추상적 감각에 종속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 작품은 ‘진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냄새 없이는 존재하지 못하는가’ 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남깁니다.

결론적으로 『향수』는 단지 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라, 후각을 통해 인간을 해부하는 철학 영화이자, 시대적 구조와 본능의 작동 방식을 시각화한 사회비판적 텍스트입니다.

2025년 오늘날 다시 본 『향수』는,
감각적 과잉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장 원초적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반응형